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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사회

‘황금알’ 해운사 HMM 품은 하림, 재계 13위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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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을 인수할 최종 후보로 하림그룹이 선정됐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57.9%) 매각을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인수가는 6조42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지난달 본입찰에서 동원그룹과 2파전을 벌였다. 하림 측이 동원(약 6조2000억원)보다 2000억원 넘게 인수 희망 가격을 써낸 것이 결정적 승인이었다. 산은·해진공과 하림은 추가적인 협상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로 했다.

HMM은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이 전신으로, 지난 2016년 해운업 위기 때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2017년 국내 1위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HMM은 ‘국내 최대 해운사’ 타이틀을 얻었고, 2021~2022년 해운업 호황의 수혜를 누리며 몸값이 높아졌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12조원 수준이다.

육계(닭고기) 생산 기업으로 출발한 하림은 지난 2015년 사료로 쓰이는 곡물 운송을 위해 국내 1위 벌크 선사인 팬오션을 1조원에 인수했다. 이번에 국내 1위이자 세계 8위 해운사인 HMM 인수에 성공할 경우 초대형 국적선사로 부상하게 된다.

재계 27위의 하림은 HMM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재계 13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하림그룹 자산 규모는 올해 공정위 집계 기준 17조원. 하림이 인수하려는 HMM의 자산은 8조8000억원 많은 25조8000억원이다. 새우(하림)가 고래(HMM)를 삼키는 격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하림의 자산은 42조8000억원으로 불어나, CJ그룹(40조7000억원)을 앞서게 된다.

하림은 육계(닭고기) 브랜드로 잘 알려진 종합 식품기업이다. 1978년 육계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축산뿐만 아니라 사료·식품가공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2015년엔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옛 STX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인수했다. 사료 원료인 곡물을 운송하는 벌크선 인프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컨테이너 선사 HMM까지 품에 안으면 명실상부한 종합 물류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원래 현대그룹 계열사(현대상선)였던 HMM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해운 업황이 악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2011~2015년 5년간 HMM의 누적 순손실은 약 3조원에 달했다. 2016년 HMM은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의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8000억원 넘는 회사채가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졌다. 이후 경영권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HMM 실적, 계속된 해운 운임 하락세에 급감… 작년 대비 97% 감소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때 상황은 반전됐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 부양책을 펴자, 해운 물동량이 급증하며 해상 운임이 크게 올랐다. HMM은 2021년과 작년 각각 7조4000억원과 1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올렸다. 산은 등은 HMM의 경영이 정상화됐다고 판단,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올해 매각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하림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兆) 단위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가 녹록지 않은 데다 최근 해운업이 불황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하림은 입찰 과정에서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의 영구채(債)에 대해 “앞으로 3년간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 반대에 막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하림은 3년간 최대 2850억원의 배당금을 못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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